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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7세 아들의 유치원 등원을 하는 날인데 비가 와서 우산을 써야 했다.

아이 우산이 있어 주면 되기는 하지만, 비가 많이 오지 않기도 하여 내 것을 씌우고 나는 그냥 가기로 하였다.

아이에게 우산을 쥐어주면 다시 집에 돌아와야 해서 동선이 귀찮아지는 것이 크기도 했다.

 

거창한 우산도 아니고 그냥  GS25에서 파는 유어스 우산을 펼치려는 순간,

아이가 자기가 꼭 하겠다고 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유어스 우산

자기가 꼭 우산 펼치는 버튼을 눌르고 싶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아이의 우산은 구조가 더 단순해 버튼이 없고 안에서 밀어서 우산이 펼쳐지는 것이었다.

아이는 한번도 우산 펼치는 버튼을 눌러본 적이 없어서 그것을 눌러보고 싶던 것이었다.

 

새삼 놀라웠다.

 

아이에게는 우산 버튼마저도 너무 새롭고, 신기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아. 아이에게는 정말 모든 것이 새롭겠구나.

나도 이러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고, 새로웠던 적이 있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모든게 당연하고 별게 아닌 것들이 되버렸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우유를 사고 맛보고, 유치원/학교 가는 길에 친구를 만나고, 언젠가는 커피도 마셔보는 등 

모든 것들이 새롭고 재밌을 것이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나도 부러웠다.

나도 새로운 것을 경험하면서 고마워하면서 재밌어하고 싶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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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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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비슷한 일상의 반복이다. 

아니 어쩌면 같은 사건들을 다른 관점에서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듯, 

홍상수의 영화는 날것의 느낌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서 영화를 만들었지만

보는 당신들이 어떻게 생각해도 괜찮고 들어맞는 그런 영화다.'라는 느낌이다.

아래는 스포일러가 적혀 있습니다.




한 때 영화감독이었던 성준(유준상)은 서울에 올라와
북촌에 사는 친한 선배이자 형인 영호(김상중)을 만나려고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다. 
기다리면서 우연히 예전에 알던 여배우를 만나고, 혼자 낮술을 마시다 마침 영화과 학생 3명과 합석해 술을 마신다.
그리고 옛 여자인 경진(김보경)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고 말도 안되는 핑계와 함께 성준은 도망간다.

그리고 다음 날로 보이는 어떤 날에 역시 영호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여배우를 만나 얘기를 나누고 헤어진다.
그 후영호와 영호의 후배인 보람(송선미)와 셋이서 '소설'이라는 술집을 간다.
술집 주인인 예전(김보경)은 자리를 비우고 있다가 나중에 그들이 술을 마시고 있는 도중에 들어온다.

또 다음 날인지 어떤 날에 성준은 영호를 만나고
성준의 데뷔작의 주인공인 중원(김의성)과 셋이서 '다정'이라는 한식집에서 반주와 함께

언쟁도 벌이게 된다. 

그리고 2차로 역시 보람과 4명이서 '소설'에 가지만 주인은 나중에 찾아오게 된다.
그러면서 함께 '우연'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된다.

그리고 또 다음 날로 보이는 날에
성준, 영호, 보람, 예전 넷이서 술을 먹고
성준이 추파를 던지던 예전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고 또 말도 안되는 핑계와 함께 성준은 도망간다.

그리고 마지막 날,
오프닝 크레딧에 보인 고현정이 성준의 팬이라며,
그의 오묘한 표정을 북촌의 지도와 함께 찍으며 영화는 끝이난다.



영화는 반복적인 일상에 몇개의 사건들을 유지한채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찌질한 성준이 여자를 꼬시고 도망가는 것도,

술자리에서 싸우는 것도,

길거리에서 우연히 4명의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여자에게 '겉으로는 깐깐하고 냉정해 보이지만 속은 너무나도 외롭고 감성적이다'라는 내용의 이야기를 던지는 것도 그렇다.

그리고 항상

술집 주인은 늦게 등장하고,

성준은 북촌을 배회하는 등 같은 플랫폼 아래 이야기는 펼쳐진다.

그리고 영화의 내용과도 마찬가지로,

우연인지 직접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성준은 이런 말을 한다.

"사실 그것은 우연일 뿐이다. 우연에 우연들이 겹치면서 만들어낸 조화다" 

영화는 한마디로 이 말로 표현되는 것 같다.

우연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하지만 주인공이 겪는 건 우연함이 아니라 일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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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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